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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을 위해 혼인신고마저 미루는 신혼부부들

기사입력 : 2020-12-07 13:47:26 최종수정 : 2020-12-07 13:47:26

 

과거에 혼인신고를 미루는 이유는 자산가들이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어 절세나 자산관리를 위해 늦추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혼인신고를 미루는 이유가 달라졌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청약 당첨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이다. 주택 청약 경쟁률이 과열되면서 청약이 로또에 비유되는 상황에 이르자 청약 당첨 확률을 조금이라도 늘려보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이다.

 

어느 한 신혼부부는 부부 모두 서울 마포구와 경기도에 아파트를 한 채씩 소유하고 있지만, 혼인신고를 올리면 1가구 2주택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다. 혼인으로 인한 1가구 2주택자의 경우 양도소득세 경감을 위해서는 5년 이내에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데 현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청약통장을 무효화시키면서까지 처분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여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다른 한 대기업의 사내 커플의 사례를 보면 청약 당첨을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기로 했다. 혼인신고를 한 뒤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노리기보다 각각의 청약통장으로 경우의 수를 늘려 조금이라도 청약 당첨 확률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이다. 

 

청약 당첨 확률이 매우 낮아 부부 공동으로 하나의 청약통장으로 청약을 넣기보다 각각 두 개의 청약통장을 별도로 청약을 넣는 것이 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이가 적지 않다. 

 

최근 경기도 과천 지식정보타운에서 분양한 3개 단지의 특별공급 경쟁률은 낮은 경우 124대 1, 높으면 160대 1로 세 자릿수에 육박했다. 수도권 분양 단지들은 특별공급마저 경쟁률이 높아 일반공급과 마찬가지로 당첨 가능성이 희박했다.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넘어서자 미미한 차이로 경쟁률이 낮은 곳에 한 번 지원할 바에 어차피 낮은 확률 지원 횟수라도 늘리자는 의견을 가진 신혼부부가 많아졌다.

 

한국감정원은 지난달 12일 과천 지식정보타운 세 단지 특별공급에만 청약통장 9만1,441개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의 경우 세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고 최고 448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곳도 있었다. 생애최초 특별공급 지원자(1만6,070명)가 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의 경우 전체 지원자의 절반을 넘었다. 과천 르센토 데시앙(161.4대 1), 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140.5대 1), 과천 푸르지오 오르투스(125.8대 1) 등 세 단지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역시 세 자릿수 경쟁률을 보이며 엄청난 경쟁률을 자랑했다.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은 비단 청약을 목표로 한 신혼부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매매를 목표로 하더라도 혼인신고로 인한 대출 규제를 피하고자 미루는 예도 있다. 결혼한 지 1년이 넘은 한 부부는 미혼 상태를 유지한 채 정부 정책자금대출인 보금자리대출을 받아 서울 외곽의 저렴한 구축 아파트를 매입할 계획을 하고 있다. 보금자리대출은 1인 기준 소득 한도가 7,000만 원에 달하지만, 부부의 경우 8,500만 원에 불과해 맞벌이 부부에게 그 실효성에 의문점이 있다. 청약의 높은 경쟁률로 인해 당첨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대출을 통해 매매를 택하더라도 혼인신고를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대출 규제를 피하고자 혼인신고를 미루는 다른 사례도 있다. 이 부부는 6억의 전세를 끼고 한 배우자가 잔금을 치르며 아파트를 매입했다. 그리고 법적으로는 남남인 다른 배우자가 은행으로부터 전세금의 80%인 4억 8,000만 원을 대출받아 전세로 아파트에 입주했다. 대출 규제가 아니었더라면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아파트를 매입하여 입주할 예정이었지만 규제 강화로 인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으며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방법은 원금과 이자를 동시 상환하는 담보대출과는 달리 거치 기간은 이자만 갚아도 되기에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이지아 기자 jiah62@km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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